‘태권도葬’ 이름이 부끄러웠다
‘태권도葬’ 이름이 부끄러웠다
  • 류화수기자
  • 승인 2014.12.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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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는 태권도葬은 국기원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처사이번 장례는 국기원의 처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사례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던 故김순배 원로의 빈소
 
 
김순배 국기원 원로위원이 11월 21일 향년 83세로 별세하자 국기원은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 태권도 4개 단체가 ‘태권도장(葬)’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김순배 원로는 이남석 관장과 함께 창무관을 이끌었고, 3대 창무관장을 지내면서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과 국기원 기술심의회 의장, 부원장 등을 거쳤으며, 대한태권도협회 품새제정위원을 역임할 정도로 태권도의 정착과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웠다.
 
그는 일평생을 태권도와 함께 하면서 항상 겸손하고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태권도를 통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지 않아 많은 태권도인들로부터 소속 관을 떠나 존경을 받은 진정한 사표(師表)라는 칭송을 받은 태권도계의 큰 스승이었다.
 
이런 김순배 관장의 공로를 인정하여 ‘태권도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되어 태권도계에서 이제야 국기원이 제 할일을 한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3일 발인을 할 때까지 태권도장으로 치른다는 보도자료만 배포하고 국기원장의 조문 이외에는 어떤 장례절차에 도움을 준 적이 없어, 차라리 ‘태권도장’이라는 말을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
 
태권도장이라는 이름이 붙으려면 4개 단체장들이 장례위원으로 이름을 올려야 하고 단체장이 바쁜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다면 부 단체장이라도 참석해서 장례절차를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 국기원이 다른 단체에 요청하여 태권도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으면 직원을 파견하여 유족대표와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이 결과를 보고하여 원장 혹은 부원장이 중심이 되어 원활한 장례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특히, 고인의 유해를 실은 차량이 국기원을 방문했을 때 국기원장이나 부원장이 나와서 고인을 추모하는 추도사라도 낭독해야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김명수 이사(국기원 원로회의 간사)만 나와서 10단 추서단을 유족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국기원이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인 양 여긴 점은 국기원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국기원에 질의하자 국기원 한 관계자는 “장례가 워낙 급박하게 일어나 국기원에서 미처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족들(제자들)이 ‘국기원장’으로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국기원장’이라는 전례가 없는데다 국기원에서 준비도 안 되어 있었기에 4개 단체와 협약을 마치지 못했지만 태권도장에 대한 내부 규칙을 정한 것이 있으니 태권도장으로 하자고 말하고 4개 단체에 협조를 구해 이루어진 것”이라 말했다.
 
이런 변명에 대해 태권도계에서는 장례라는 것이 모두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이고, ‘태권도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정해진 매뉴얼대로 일을 처리해야함이 마땅한데, 그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태권도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고 국기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순배 원로의 장례식장은 국기원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비난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고 정만순 원장에 대해서도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국기원장이라는 직함만 누리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태권도장’에 대한 제대로 된 절차와 방법까지 완성한 이후에 ‘태권도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라는 탄식의 목소리를 국기원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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