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학과 교육과정, 이대로 좋은가?
태권도학과 교육과정, 이대로 좋은가?
  • 구남균 기자
  • 승인 2019.09.0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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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천 택(전 국기원태권도연구소장)
손 천 택(전 국기원태권도연구소장)

 

태권도 사범이라면 누구나 수련생을 좀 더 잘 가르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막상 수련생을 대하면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수련생을 좀 더 잘 가르치려면 그에 필요한 지도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할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잘 가르치는 일은 생각이나 기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에 필요한 기능을 익히고 경험을 확대해야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대학에서 잘 가르치는데 필요한 기능teaching skill을 익힐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는데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태권도 도장으로 크게 성공한 사범과 식사를 함께 하였다. 그동안 적지 않은 태권도학과 출신의 사범을 추천받았지만 바로 수련생을 가르칠 수 있는 사범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사범이 겪은 특별한 경험이길 바라면서 좀 더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결국 태권도학과의 지향 또는 목표와 그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로 귀착되었다. 태권도학과의 개설 목적이 태권도 사범을 양성하는데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 전 대학의 태권도학과 교육과정을 분석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육과정을 따르기보다는 체육학과나 그 계열 학과의 교육과정을 모방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태권도학과가 태권도 실기와 스포츠 심리학, 스포츠 생리학, 운동 역학 등과 같은 체육 내용학을 이수하고 대학을 졸업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와 같은 교육과정 운영체제에서 충실한 사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다.   
  태권도학과는 태권도라는 내용지식을 태권도 교육목표와 관련하여 어떻게 구성하여 가르칠 것인지를 핵심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태권도 사범으로 기능하는데 필요한 지도적 자질과 능력을 충실히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철학, 태권도 역사, 태권도 심리 등과 같은 태권도 내용학은 그 자체로 태권도학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태권도 교육학이 제외된 체육 내용학이나 태권도 내용학이 사범 교육의 핵심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리대 물리학과는 사범대학 물리교육과와 전혀 다른 교육 목표와 내용으로 교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는 체육대학 체육학과와 전혀 다른 목적과 의도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체육을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교육과 초중고 학생들에게 체육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잘 하는 선수를 기르는 교육과 태권도를 잘 가르치는 사범을 기르는 교육 또한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필요로 한다.  
  태권도학과의 개설 의도가 예비 사범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태권도학과의 교육과정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의 교육과정을 따르는 것이 보다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최근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서 교과교육학 또는 체육교육론이 크게 강조되고 그와 관련된 출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과교육학의 발달과 그에 따른 체육교육론 이수 비중을 늘려야 현장이 필요로 하는 자질 있는 체육교사를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교육의 변화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에 따른 태권도학과의 교육과정을 사범 교육에 적합한 과목으로 새롭게 구성하여 교육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야 대학의 부실한 사범 교육에 대한 태권도 지도 현장의 개탄스런 비판을 면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예비 사범의 지도적 자질 부족이 태권도학과의 교육과정과 무관하지 않다면 사범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은 체육교육과 교육과정의 변화 추이에 비추어 개편이 불가피한 것 같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태권도의 원천 기술을 개발하거나, 태권도 기술을 체계화하거나, 태권도 지식을 생산, 축적하는 책무를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태권도라는 독특한 무예를 가르치는데 적합한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여  태권도가 추구하는 인간 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Adam Brooks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하였다.” 태권도학과 개설 40여년, 자질 있는 태권도 사범을 길러내는데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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