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기 칼럼] 태권도장에서 발견된 장애인의 죽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태기 칼럼] 태권도장에서 발견된 장애인의 죽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5.07.07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권도장에서 발견된 장애인의 죽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온 아들

■ 2일 교육에 합격률 95% 인 ‘장애인태권도 지도자’ 자격증


지난 5월 10일 밤,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즉시 KBS에서 방송되는 태권도 관련 프로그램을 보라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집에서 책을 보고 있던 중이라 곧바로 TV를 켜고 KBS채널을 찾아 방송을 보게 되었다. 참으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태권도를 어떻게 판단할까 염려가 되기에 충분한 참담한 내용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에 갔을 때 태권도를 통한 건강관리사 자격증 발부 문제를 토론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남달랐는지도 모른다. 그때 필자는 적어도 자격증을 발부 하려면 최소 1년 이란 기간의 교육 후에나 가능하다는 필자의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취재파일’의 심층 보도 내용 영상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10월 28일, 어머니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태권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경찰의 전화였다. 어머니는 믿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전날까지도 도시락을 가져다주며 사범님들에게 아들의 안부를 확인했었기 때문이다. 혼미한 정신을 겨우 가다듬으며 어머니는 태권도장으로 달려갔다. 아들은 없었고, 전날 두고 온 도시락만 있었다. 도시락에서 사범들의 도시락은 비워져 있었고, 아들의 도시락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머니는 도시락을 태권도장에 가져다주며 아들의 안부를 물었다. 매일 태권도장을 찾았지만 어머니와 만나면 훈련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 달 넘게 아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들을 지도하는 관장님과 사범님들은 “교육이 잘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라며 만나면 교육의 맥이 끊어지니 만나지 말란 말을 하였다. 아들을 보고픈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아들의 틱장애 교정을 위해 보고픈 마음을 꾹꾹 눌러야만 했다.


26살의 고씨는 정신지체 3급의 장애를 갖고 있다. 고씨는 몸 쓰기를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대부분의 장애아가 그렇듯 고씨도 가끔은 갑자기 평정심을 잃고,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을 보일 때도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태권도장의 관장님으로부터 태권도 훈련으로 ‘틱장애’를 교정 해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부터이다. 고씨의 어머니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건 ‘장애인태권도 지도자’ 자격증까지 있는 관장님이 어쩌면 장애를 교정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심화된 교육을 위해 사범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합숙으로 교육이 확대 되며 고씨가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쓰기 시작하였다. 폭력에 의한 사망으로 국과수에서 부검을 해본 결과 “가슴과 배, 다리, 엉덩이, 팔, 등 온몸에서 발생 시기가 다른 다수의 피하출혈이 있다”고 밝혔다. 6개의 갈비뼈가 부러졌고 이미 부러졌다가 붙은 갈비뼈가 또다시 부러진 흔적도 발견되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폭력에 시달렸다는 증거들이다.


부러진 갈비뼈 조각들이 고 씨의 폐를 찔러 염증을 유발시켰다. 근육은 파열됐고 무릎관절엔 고름이 찼으며 엉덩이에는 욕창이 생겼다. 국과수는 고 씨의 사인에 대해 “변사자는 심각한 다발성 손상 및 이에 합병된 감염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키 182cm에 78kg이던 건장한 체격의 고씨는,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 56kg의 앙상한 죽음으로 변해있었다.


취재 기자들은 고씨를 지도하던 관장은 ‘장애인태권도 지도자’ 자격증을 소지 하고 있으므로 장애인을 지도할 수 있는 기초적인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관장은 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던 것일까. 왜 그 지경까지 가게 만들었을까? 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장애인태권도 지도자는 우리가 알고 있듯 하루에 8시간씩 이틀 동안의 이론과 실기 교육을 받고 시험을 봐 통과하면 자격증을 준다. 그나마 실기 교육은 20시간의 봉사활동 실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틀 교육으로 모든 장애 유형의 지도가 가능한 ‘장애인 태권도 지도자’가 되는 셈이다.

 
고씨 죽음의 이면에는 장애를 폭력으로 교정할 수 있다고 믿었던 관장의 왜곡된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입수한 시험 문제는 객관식 20문항 가운데 12개, 즉 백 점 만점에 60점만 넘으면 합격이었다. 특수교육 전문가와 시험 문제 분석했다. 문제를 살펴본 김유리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문항들이 너무 기초적인 데다가 태권도 사범으로서 장애학생을 지도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묻는 문항으로서는 변별력도 떨어진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즉 장애교육에 아무 의미가 없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 태권도장을 찾아 태권도를 통해 자아 존중감과 함께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곤 한다. 그에 반해 국내에서는 장애에 대한 무지로 인해 잊을 만하면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모들은 장애가 있는 자녀들이 태권도장에서 일반인과 어울리는 경험을 쌓기를 원한다. 하지만 태권도장은 그럴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자격증은 물론이고, 대한태권도협회 차원의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지 않다. 장애인 교육 이전에 정상인들의 몸을 위한 의 · 생리학적인 교육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 몸은 움직임의 원리가 있다. 이러한 신체 메커니즘을 알아야 에너지의 원리를 알 수 있고 그것을 알아야 자연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안에 건강의 원리가 있으며 그것을 통해 바른 몸의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몸의 건강 원리를 이해하고, 그 다음 각 장애에 다른 그들의 신체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태권도 수련프로그램의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장애인은 고사하고 일반 성인들의 건강을 위한 수련프로그램도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여 하루빨리 대학을 포함한 태권도 관계기관들의 교육마인드 변화를 촉구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