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명 칼럼 - 태권도 인(人)의 재발견
이경명 칼럼 - 태권도 인(人)의 재발견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0.12.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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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명



태권도 9단
전 WTF 사무차장
현 태권도문화연구소장

태권도 글자를 ‘태’자를 축으로 하여 바로 세우면, 어순은 맨 위에 ‘도’, 이어 ‘권’ ‘태’ 자 순으로 바로 선다. ‘도’자는 천(天)을 상징하고 ‘권’자는 사람의 몸통, 곧 인(人)을 상징하며 ‘태’자는 하체로서 땅, 곧 지(地)를 상징한다. 천지인의 주체가 된다.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을 낳는다. 『도덕경』(42장)에 나오는 도가의 코스몰로지(cosmology)다. 하나란 하늘(天)을, 둘은 땅(地)을, 그리고 셋은 사람(人)의 순서로 이뤄진다. 이는 천지인의 탄생 과정이다.

『천부경』81자 가운데 “일석삼극(一析三極)” 단락이 나오는데, 풀이하면 ‘한’(하나)을 분석하면 (천지인) 삼극이 된다. 하나(一)는 모든 것이 시작이며 한 덩어리이기 때문에 숫자로 ‘하나’라고 한다. 이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으므로 모든 것, 모든 숫자를 말할 때도 이 ‘한’을 쓴다.

한민족의 홍익인간이념인 삼신(三神)사상에서 유래된 태극(太極)은 주역의 음양 2극 태극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삼극(삼태극)으로 천지인을 지칭하는 것이다. 큰 원(하나님)안에 세 개의 작은 원(삼신 작용신)이 자리를 같이 하여 상생(相生), 모여 있는 것을 태극이라 한다.

그리하여 태극이 나타내는 상징은 천지인 삼극을 나타내고, 하나의 원 가운데 세 개의 반원을 나란히 조화를 이루며 상생적 역동성에 있다.

홍익인간의 하나의 몸체를 하는 무늬모양은 하늘땅사람이 하나(한)로 한 상생을 지향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 삼신일체(三神一體)라는 표현이 그것이고 ‘하나에는 셋을 품는다’ 라는 집일함삼(執一含三) 또는 ‘셋이 모여 하나로 돌아감’이라는 회삼이귀일(會三而歸一) 표현이 그것이다.

문화철학자 캇시러(Cassirer, E)는 인간의 본질적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관심의 영역을 인식이론에서 문화철학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는 인간이 행하는 바의 일, 인간 활동들의 세계를 통해서 정의하고,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로서 이해하고 있다.

캇시러의 문화철학은 ‘인간 이해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으면서 인간의 문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객관적인 관점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신응철, 2000).

한민족의 철학사상은 상징을 통해 이미 예부터 캇시러가 표방하는 “인간 이해의 새로운 방식”에 따라 “인간의 문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객관적인 관점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는 것에 부합하고 있다. 실로 놀라운 혜안이라 할 것이다.

태권도인은 바로 천지인이요 태극인으로서 홍익인간이다. 한민족의 정체성은 물론 우주적 존재이다. 태권도 수련은 태극을 익히고 태극을 몸에 체득하고자 하는 철학함에 있다. 태권도의 특성이 음양적 행위라면 그 음양적 행위에서 우리는 막기(방어)와 때리기(공격)의 기를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태극인으로서 하나의 동작 하나의 몸짓이 심오한 행위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공할만한 위력을 뿜는 음양적 행위에 대한 일상적 반성과 성찰은 필수적이다. 내가 하는 몸짓에 대한 반성은 기술적 측면에서 뿐이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무엇을 태권도 인(人)이라 하는가?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는 습성보다는 태권도 수련을 중시한다. 그것은 단련이라는 기술적 측면의 강조에 치우치는 경향이다. 그리하여 기술의 결과로서 ‘단(段)’을 중시하면서도 단의 주체 자신의 인간됨에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사람만이 도리(道理)를 분간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인간뿐이 아니라 금수(禽獸)도 배고프면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사람은 금수와 다른 점은 도리를 분간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을 동물과 다른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인간은 두 발로 곧추서서 활동하고 머리는 하늘(天)을 향해 사유하는 능력을 지녔다. 남과의 관계에서 친소, 장유, 존비, 귀천, 차별을 구별할 줄 아는 정신이 바로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근본역량’이라는 당위성이다.

태권도는 심사를 통해 무도특유의 자격을 얻게 된다. ‘단’이 그것이다. 단이란 절대적인 자격이 아니라 수련의 수준을 평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단’을 내세워 최고의 인격자인양 뽐내는 것은 아닌가를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인격이란 사람 인(人) 자와 격(格) 자의 모둠이다. 사람의 품격을 뜻한다. 도덕적 행위의 주체로서의 개인. 자기 결정적이고, 자율적 의지를 가지며 그 자신이 목적 자체인 바의 개인을 말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일 년 쯤 되면 자유의지를 펴고자 한다. 뭔가를 손으로 잡으려고 하며 두 발로 딛고 서려는 그 본능적 행위를 시작으로 ‘태’와 ‘권’, 즉 태권적 행위를 하게 된다. 태권적 행위, 이것은 “너무도 인간적인 몸짓”이다.

태권도에는 태극이라는 품새가 있고, 그 원리적 기술을 닦음과 사상적 철학함이 품새를 익히는 수련을 의미한다. 수련(修鍊)은 마음과 힘을 닦아서 단련함이다. 태극은 달리 리(理), 기(氣), 도(道) 등 여러 뜻으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태권도의 철학은 심오하다.

태권도 인(人)은 태권적 행위를 통해 ‘단’을 부여받고 철학함의 일상 속에서 사람됨의 길 위에서 스스로 자신의 주체성을 확고히 하는 행위의 주체이다. 태권도인은 천지인, 태극인, 우주적 존재로서의 인격은 태권도 본산으로서의 지존을 품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단의 가치는 태권도인 스스로 긍지를 갖고 앎이 곧 실천이라는, 수련이 곧 철학‘함’이라는 음양적 조화에서 인정받게 될 것이다.

태권도 수련의 도는 자기 존재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을 따름이다. 우리 인간에게 부여해준 마음이 위대한 존재가 되므로, 도리를 분간할 줄 아는 위대한 마음을 확고하게 정립시킬 수만 있다면, 천지인으로서 태극인으로서 뿐이 아니라 우주적 존재로서 ‘하나됨’이라는 태권도인의 품격(가치)을 인류에게 떨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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