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칼럼>④ 교왕과정(矯枉過正) 이치에 반한 몽매함이여!
<박완규칼럼>④ 교왕과정(矯枉過正) 이치에 반한 몽매함이여!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2.11.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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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국기원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권고함

<박완규칼럼>④
 


삼국시대 위나라의 실권을 장악하여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한 조조도 어릴 적에는 못된 불량 소년이었다. 돈 많고 권세있는 집 자식으로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 방탕을 일삼던 이 망나니에게 장래를 점치게 하는 변신의 기회가 온다.

지금 같으면 군대에 갈 나이인 20세 때 수도 경비대장으로 임명된다. 그의 소행으로 봐서는 당치도 않은 자리지만, 태위를 지낸 아버지 조숭의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대장으로 임명되자 조조는 딴 사람처럼 변해 즉각 수도인 낙양(洛陽)의 4대문을 철저히 보수한 뒤, 그동안 뇌물을 받고 적당히 눈감아 주던 야간 외출을 엄격히 금지시키고 위반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모조리 처형했다.

조조의 추상같은 영이 서민들 사이에 널리 전해져 범법자가 자취를 감추게 될 즈음이었다. 당시 건석이라는 환관이 있었는데, 이 자가 바로 황제를 업고 권세를 휘두른 환관그룹 십상시(十常侍)의 중심인물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자의 숙부가 금지령을 어기다가 적발됐다.

'제까짓 조조 따위가 나를 감히 어찌하랴." 하고 그는 제 조카의 권세를 믿고 오히려 거드름을 피웠다. 그런데 조조는 끌려온 건석의 숙부를 즉석에서 처형해 버렸다. 나이 20에 벌써 장래 천하를 경륜할 기린아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편 십상시의 무리들은 이를 갈았다. 그러나 법이 있고 법대로 처리한 것이니, 아무리 황제를 둘러싸고 권세를 부리는 그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거니와, 또 그런 틈새를 줄 조조도 아니었다.
건석 등은 전술을 바꿔 이번에는 조조를 칭찬하고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돈구현의 지사로 임명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외지로 쫓아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주머니에 있는 송곳은 언젠가는 뚫고 나오는 법. 그만한 인물이 언제까지나 지방에서 썩을 리가 없었다. 임명된 그 해 그는 다시 낙양으로 돌아오는데, 그 무렵 환관들의 횡포를 보다 못한 대장군 두무와 태부인 진번이 쿠데타를 일으키려다가 정보가 새어 환관들에게 몰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조는 이 사건을 문제삼아 황제에게 상소를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조조는 그 후로도 수삼차 간언했지만 이미 아래 위가 썩을대로 썩은 조정은 날로 어지러워져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조조는 이미 대세를 바로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이때부터 천하를 뒤집으려는 야망을 불태운다.

일찍이 조조는 사람을 잘 볼 줄 안다는 허자장(許子將)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그때 허자장은 조조를 보고, "태평한 시대라면 유능한 신하(能臣)가 될 것이고 어지러운 세상이라면 간사한 영웅(奸雄)이 될 것이다." 라고 평했는데 이 예언이 적중했다. 어쩌면 조조의 인물 형성도 그 시대의 소산이라 하겠다.

삼국지에 ‘굽은 것을 펴려면 곧은 한계를 지나야 한다’는 뜻으로 교왕과정(矯枉過正)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같이 조조와 관련된 고사에서 유래됐다. 이 말은 일찍이 '월적서'에서 '교와과직'으로 적시돼있고, '염철론'에도 '교왕과자직'이라고 명기돼오다 '한서'에서부터 '교왕과정'이라 일컬었다.

김주훈 국기원 이사장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재임기간 동안 리더십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켰기 때문이며, 지난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재직 시 이미 자격미달의 부적격자였던 사실이 구체적 증거로 드러난 까닭이라고 한다.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밝힌 김 이사장의 과오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이사장의 본분을 저버리고 권한 남용으로 원칙없이 임직원들을 해고하고 면직했다. 둘째, 국기원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고 법적 분쟁을 촉발시키고 이를 확대해 소송비용 등 예산을 낭비했다. 셋째, 정관상 비상근인데 상근처럼 근무하며 이와 관련된 불필요한 예산을 소모시켰다.

특히 김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자문을 지낸 공로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래 기획재정부가 매년 발표한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두 번이나 ‘미흡’ 판정을 받아 보직해임이 됐어야 마땅했음에도, 절묘한 줄타기로 특수법인 출범에 맞춰 국기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력을 지닌 무능력, 무자격자라는 것이다.

이런 만민 태권도인의 탄핵 움직임에도 아랑곳 않고, 내년 5월 제2기 국기원 집행부 구성에서 연임을 꾀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벌써부터 특정 대선 후보와 주무 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줄대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진위야 어찌됐든 작금의 김 이사장 탄핵동향을 지켜보면서 교왕과정이란 고사가 떠올려지는 것은 왜일까. 똑같이 후광을 입고 권좌에 올랐건만 조조의 경우와 사뭇 다르다.

아마도 태권도계 정서와 태권도인 의지를 헤아려 중용치 못하고, 굽은 것을 펴기 위해서는 마땅히 곧은 한계를 지나야 한다는 지고의 이치를 깨치지 못한 몽매함 때문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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