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과 변칙이 판치는 세상에서도 그 과정과 결과는 정의로워야
반칙과 변칙이 판치는 세상에서도 그 과정과 결과는 정의로워야
  • 김해성
  • 승인 2021.11.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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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논설위원(태권도호신술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철수 논설위원(태권도호신술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영화로 본 ‘오징어 게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 시대의 한 흐름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그래도 세상이 숨 막히지 않고, 이만큼 돌아가는 것은 법(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법이 있고, 인간이 생활하는 현 사회에서 법을 어기는 행위는 비일비재하지만, 공정하게 사회질서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법과 규칙이 확실하게 지켜진다면, 곳곳에서 들려오는 뉴스가 암울하고 비관적인 소식보다는 좀 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이러한 반칙과 변칙으로 얼룩진 현실 속에 한술 더 떠 언제부터인가 이를 묵시적으로 용인하는 사회로 변모해가고 있다.

다시 말해 은연중에 불법과 반칙을 인정해주는 사회로 흘러가고 있다는 데에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중에 가장 신선하고 정의로워야 할 태권도경기에서의 반칙과 변칙으로 얼룩진 일을 살펴보자.

최근 벌어진 태권도경기 가운데 승부 조작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포착됐다.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경남 창녕군에서 열리고 있었다. 지난 10월 21일 이틀째 열리고 있는 남중부 웰터급 16강 경기에서 감점 행위로 승부를 조작하기 위한 상황이 발생했다. 시합 당시 삼척시 삼일중의 ‘청’ 선수는 1회전 경기에서 부천 부흥중 ‘홍’ 선수의 머리를 공격하여 성공시켰으나 주심은 상대 선수를 잡고 찼다는 이유로 득점을 취소하고, 감점을 선언했다.

이어서 같은 상황으로 ‘청’선수가 머리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주심은 삼일중 선수에게 득점을 취소하고 감점을 선언한 가운데 1회전은 2대4로 끝났다.

이어서 2회전 초에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졌다. 주심은 발 공격을 성공시킨 삼일중 선수의 득점을 취소하고, 감점처리 하자 ‘청’선수의 코치가 영상판독을 요청했다. 판독결과 청의 주장이 인정되어 감점이 삭제되고, 득점이 인정되어 점수는 5대4가 되었다. 그리고 2회전이 끝나갈 무렵 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청’ 선수는 5초를 남기고 발로 머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주심은 감점을 선언하고 득점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삼일중 코치가 영상판독을 요청했고, 역시 청의 주장대로 주심의 오심으로 인정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시합결과 ‘청’이 16대6으로 승리하였지만, 주심이 한 선수에게만 4번의 득점 취소와 감점을 준 요지경 같은 기괴한 경기였다.

이번 경기는 태권도경기에서 반칙과 변칙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본 경기를 지켜보던 대한태권도협회 대회 임원들의 지적에 따라 본 경기에 대한 재검토가 되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김현수 본부장은 본 경기의 영상을 심판위원장과 본 후 심판들과 함께 검토했다.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명백한 승부 조작 미수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심판도 잘못했다며, 고의성을 인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주심은 바로 귀가조치 했다.

그 어떤 경기보다 공정해야 할 국기 태권도경기가 심판의 그릇된 욕심으로 인하여 추락하게 된 이번 사건은 사욕인지 그 뒤에 어떤 힘의 집단이 있었는지 심히 염려스럽다. 태권도심판도 사람인지라 순간적으로 오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심하고 반칙과 변칙 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승부 조작 미수에 그친 태권도경기가 반칙으로 얼룩진 한 단면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지나간 경기에서도 수없이 많은 편파판정이 자행됐다. 그래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지난날의 과오는,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잊어서는 안 될 오판의 경기들을 우리 태권도계 모두가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강자가 반칙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판도 강자의 편에서는 불평등한 ‘갑’질 행위가 난무하는 세태의 흐름 속에 태권도계에서도 ‘기회는 평등하고, 경기의 흐름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며, 결과는 항상 정의로워야 한다.’ 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석중 kTA 겨루기심판위원장이 국가대표 2차전이 끝난 지난 27일 현장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김석중 심판위원장과 김현수 본부장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이번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그 원인 중 하나는 심판위원장 역할을 본부장이 월권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심판위원장이 있는데도 본부장이 심판부 교육과 개별징계 등에 개입하며, 심판들을 질타하는 등 이질감으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김현수 본부장 역시 대회위원을 아우르지 못하고 역할분담을 간과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리고 KTA 양진방 회장을 비롯한 임원장인 성재준 사무총장 역시 이 사건의 직간접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임원진의 인간적인 교감과 교류가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반칙과 변칙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심판들의 심도 높은 보수교육(補修敎育)과 소양교육(素養敎育)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진화론을 통해서 보듯이 ‘최 적자가 살아남는다. 가 아니라 ‘적자가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itter)는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지 반칙과 변칙에 의한 최고가 살아남는다. 가 아니라 처해 진 환경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선정된 지 2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태권도 평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 시점에 태권도계가 먼저 반칙과 변칙으로 움켜쥐려고만 하는 욕심의 허상을 내려놓고 세계 속의 태권도로 거듭나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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