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1년 국기원, 여전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파행 1년 국기원, 여전히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구남균 기자
  • 승인 2019.10.2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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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장마당 된 역삼공원

지난 해 12월, 현직 국기원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여 전 세계 태권도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전 세계 태권도의 본부 도장을 자임하는 국기원의 원장이 구속되었다는 것은 국기원의 위상과 태권도의 얼굴에 먹칠을 한 사건이었다. 태권도계는 이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정의 노력을 강구했다. 한국 정부차원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도왔고 태권도인들도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관을 통해 국기원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다짐했다. 새로운 국기원으로 다시 태어 나기 위한 지난 10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 국기원은 원장 대행체제라는 파행 운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0월 11일 국기원 사상 최초의 선거를 통해 국기원장이 선출됐고, 일주일 후인 17일에는 역시 국기원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12명의 이사가 선출됐다. 과정만을 놓고 본다면 새로운 원장도 뽑히고, 12명의 새로운 이사로 국기원이 물갈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희망적인 전망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원장과 이사가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국기원의 앞날이 그리 밝아보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태권도인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왜 그럴까?

우선, 국기원장 선거부터 되짚어보자. 이번 선거는 최영열, 오노균, 김현성의 3명이 출마하여 치러졌다. 대체적인 전망은 원장 대행을 지냈던 최영열 후보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1차와 2차 선거에서 1위 최영열 후보와 2위 오노균 후보의 표 차이는 단 1표에 불과했다. 1차에서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던 최영열 후보는 2차에서 유효투표수 61표를 기준으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인 31표를 얻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불씨가 남았다. 과반의 기준이 유효투표수(61)인가, 아니면 선거참여인(62)인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노균 후보측에서는 정관과 선거규정을 기준으로 했을 때 유효투표수가 아니라 선거참여인인 62를 과반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오노균 후보측에서는 국기원선관위에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 등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판단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최종적인 판단은 관련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법정에서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만큼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새롭게 당선된 최영열 원장은 61명 중 31표이건 62명 중 31표이건 거의 절반의 지지만을 얻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61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51퍼센트도 되지 않는 50.8퍼센트의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31명의 지지일 뿐이다(총 선거인 74 · 총 투표인 62 · 1차 투표 29(47.5%), 4(6.6%), 28(45.9%) · 2차 투표 31(50.8%), 30(49.2%)).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최영열 원장과 그 측근들은 느낀 바가 없었는가?

최영열 후보가 당선된 후, 일부 측근들은 '경희대, 경희대'를 연호하고 나섰다. 아무리 기쁨에 차서 그랬다 하더라도, 이러한 목소리를 보면서 나머지 절반의 태권도인들에게서는 반감이 쌓여갈 수 있다는 것을 최영열 원장은 왜 모르는가? 오노균 후보, 김현성 후보를 지지한 태권도인들이 분명히 있었고, 이들을 지지한 사람들이 최영열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절반을 넘는다는 점을 최영열 후보는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국기원은 이러한 통합의 정신없이 원만하게 이끌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17일에 있었던 이사 선출과정에서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번에 국기원 이사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들은 국내외를 포함해 14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 뽑힌 사람은 12명이다. 이사추천위원회가 30명을 걸러서 이사회에 추천했고, 그 30명 중에서 5차에 걸친 난산 끝에 12명이 뽑혔다. 다른 문제들은 차치하고 딱 한가지만 물어보자.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가? 태권도 단위? 나이? 인성? 재력? 학력? 이번 이사 선출과정에서는 이 모든 것이 기준이 되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 어떤 것도 기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사 투표과정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들어본 결과, 그것은 기존 이사들이 생각하는 인간적인 친소관계, 속한 집단의 이해여부를 기준으로 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번에 새롭게 이사가 된 분들 중에는 태권도인으로서 충분히 국기원이사에 될 만한 분들이 없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분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없이 치러진 이번 국기원 이사 선출은 그 정당성을 다른 많은 태권도인들에게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0개월여 간 머리를 싸매고 노력한 결과가 이 정도에 불과하다면 국기원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국기원,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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