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 지적 능력은 그 어떤 나라보다 높지만 남을 배려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상호작용 능력은 선진국으로서는 최하 권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이 지나치게 학업 성취 위주로 이루어져 교육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인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5명이 청소년의 인성이나 도덕성 약화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정서를 반영하듯 국회가 나서 유례없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고,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청소년의 인성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와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사실, 인성 교육은 그동안 태권도 도장에서 꾸준히 해 왔던 활동이고, 수련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태권도 도장은 오래 전부터 신체 단련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을 의도한 태권도 정신을 중요하게 교육해 왔고, 그 기능에 대해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모호한 태권도 정신을 Bloom의 목표 분류 체계에 따라 인성으로 새롭게 분류하여 구체적으로 교육해 효과를 드러냄으로써 그 기능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인성 교육은 태권도가 담당해야할 중요한 사회 교육적 책무가 되고 있다. 신체의 연마 못지않게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을 교육하는 것이 태권도 교육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태권도의 인성 교육적 가치가 인정을 받으면서 많은 사범들이 그 뜻에 동의하고 실천 의지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주 77기 외국인 태권도 사범 연수가 있어 각국에서 온 사범들에게 현대 태권도가 추구해야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하나같이 인성이라고 대답하였다. 21세기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3가지 역량, 즉 소통, 창의, 인성의 중요성과 태권도의 인성 교육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범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떻게 인성 교육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태권도 교육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소비자들이 도장에서 이루어지는 건강운동이나 체육선행학습 수준의 교육에 만족하지 않고 인성 교육과 같은 한 차원 높은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면 무도 스포츠가 갖는 특성 때문에 인성 교육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거나, 인성 교육을 한답시고 명심보감을 함께 읽거나, 효도, 존중, 인내 등과 같은 인성 요소를 태권도를 수련하며 크게 외치게 하는 등의 태권도 교육으로 높아진 태권도 교육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태권도 인성 교육 또한 태권도 수업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태권도를 수련해야 체력과 운동 능력을 기를 수 있듯이 인성 교육 또한 태권도의 직접적인 수련을 통해 길러야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범의 설명을 경청하며 ‘예의’를, 품새를 익히며 ‘인내심’을, 겨루기를 하며 ‘존중’과 ‘배려’를, 격파에 도전하며 ‘용기’를 기르는 구체적인 계획과 그에 따른 경험 중심의 태권도 인성 교육이 이루어져야 큰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나아가 인성 교육은 지금처럼 자기 통제나 조절 능력을 기르는 차원을 넘어 인류 공동체에 큰 유익이 되는 인간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제 태권도 인성 교육은 투쟁 욕구를 억제하기 위한 인내, 끈기, 부동심, 백절불굴 등과 같은 ‘극기’ 관련 인성을 함양하는 수준에서 겸손, 겸양, 염치, 희생, 봉사, 협동, 배려 등과 같은 ‘조화’ 관련 인성을 길러 다른 사람과 협력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간, 나아가 정의, 애국, 평화, 사랑 등 ‘홍익’ 관련 인성의 함양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인간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즉, 자신감을 기르되 자만에 빠지지 않고 지역사회나 국가, 나아가 세계 평화를 중시하는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는 태권도인을 육성하는 인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