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개혁, 6개월 노력 ‘말짱 도루묵’
국기원 개혁, 6개월 노력 ‘말짱 도루묵’
  • 김예진 기자
  • 승인 2019.04.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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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위 사실상 해체, 이사회 중심 정관개정 TF 구성 결정
이사전형위원회 구성해 신규이사 추천, ‘과거로의 회귀’
홍성천 “원장 선출 먼저” 정상화 로드맵 스스로 뒤집어

좌초된 국기원을 살리려던 태권도계의 전방위적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됐다. 국기원 스스로 구성한 발전위원회는 사실상 해체됐고, 이사회 중심의 정관개정 TF팀이 다시 구성하기로 하는 등 국기원 이사회는 태권도계의 실낱같은 기대마저 처참하게 짓밟았다.

국기원은 지난달 21일 서울시 강남구 머큐어서울앰배서더강남쏘도베 호텔에서 2019년도 제2차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관개정안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지난달 21일 개최된 국기원 임시 이사회 모습.
▲지난달 21일 개최된 국기원 임시 이사회 모습.

 

이날 이사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의 각 단체장이 추천한 당연직 이사를 포함한 11명의 재적이사가 모두 참석했다.

이사회를 앞두고 최대 관심사항이었던 국기원 개혁을 위한 최종 정관 개정안이 이번 이사회에 상정됐으나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폐기됐고, 이들은 국기원 이사들만으로 구성된 정관개정 TF를 다시 꾸리는 것에 뜻을 모았다.

이날 상정된 정관 개정안은 이미 한차례 반려된 바 있는 안을 지난 7일 공청회와 발전위원회 최종회의를 거쳐 이사회 테이블까지 올라왔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원장후보선출위원회를 원장선출위원회로 변경하고, 단수 후보를 선출해 이사회에서 최종 추인의 과정을 거치도록 했고, 이사추천위원회를 7인에서 9인으로 늘렸다.

이어 부원장 직제를 비상근 국제부원장과 행정부원장, 연수원장으로 구별토록 했으며, 원장 후보의 자격을 9단으로 제한했던 것을 이번 이사회 심의에서 검토해 최종 결정키로 했다.

또 원장선출위원회 선거인단을 70명으로 확대시키는 안도 포함됐다.

이번 이사회에서 국기원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이사회를 공개해 개혁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했지만 현실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실제 이사회는 기대와는 다른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개정안을 오늘 처음 봤다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사가 좀더 시간을 갖고 정관 개정안을 심의하자고 거들었다. 결국 정관 개정안을 다루는 것은 차기이사회로 미뤄졌고, 이사회내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관개정 TF 구성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정관 개정안 의결이 무산되면서 다음 안건인 '원장선출의 건'은 자연스럽게 상정 후 바로 폐기됐다. 이후 홍성천 이사장은 개인적인 생각임을 피력하고 현재 원장이 없어 모든 것이 스톱된 상황이다. 원장 선출을 먼저 하고 새 원장이 정관개정을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국기원이 지난 1월 말 내놓은 국기원 정상화 로드맵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국기원이 내놓은 로드맵에 따르면 공청회, 발전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정관개정이 확정되3~4월 중에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동시에 원장선출 절차에 착수, 국기원을 정상화하겠다고

돼있다. 발표 2개월 만에 국기원 최고 수장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것은 국기원 스스로 개혁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2시간 30분가량 회의를 진행한 이사회는 정회 이후부터는 취재진을 물리고 비공개로 기타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관개정 TF 위원장에 홍일화 이사가, 김철오 이사는 연수원장 직무대행 겸 이사전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전형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 인사 등 34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신규이사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이날 회의장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일선 사범 등 10여명의 태권도인들은 희망을 저버린 회의 결과에 분노하며 고성을 내뱉는가 하면 일부 이사와 사범이 서로 욕설을 하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등의 소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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