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사태 정상화를 바라며
국기원 사태 정상화를 바라며
  • 한예진
  • 승인 2018.12.27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신자경희대학교교수제도개선TF분과장
임신자
경희대학교 교수
제도개선TF분과장

 

  정관개정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것들이 결국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그 핵심은 “과연 TF(Task Force)에서 만든 정관개정(안)이 온전히 국기원에서 받아들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문체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태권도 제도개선 TF를 구성하고 있으며, 1분과의 분과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1분과의 논의 주제는 태권도 기관 거버넌스 체계구축. 매우 어렵고 난해한 주제였다. 몇 번의 거절과 설득이 있었고 어렵게 무거운 마음으로 분과장을 맡게 되었다.  일정은 빠르게 진행되어 8월10일 문화체육관광부 서울 사무소에서 분과 위원들과 첫 상견례가 있었고, 사업방향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태권도 단체들의 위상수립에 대해 논의하였다.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9월, 국기원 문제가 표면화되어 세상에 알려지면서 태권도계에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었고 이에 대한 우려로  태권도 4개 유관단체(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연맹, 태권도 진흥재단, 국기원)장의 회동이 있었다. 그리고 회동 결과, 그 중심에 있었던 국기원 원장(현재 구속 수사 중, 직무정지 상태임)이 태권도 4개 유관단체장의 회동결과를 존중하고, 본인의 거취와 향후 일정에 대해 제도개선 TF에서 만들어진 안을 무조건 받아들여 국기원의 총체적 난국을 수습하겠다는 책임있는 의지표명이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4개 단체장에 의해 지명된 4인이 제도개선 거버넌스 1분과에 합류하면서 거시적 관점의 태권도 제도 개선이 아닌 미시적 관점으로 당장 시급한 문제인 국기원의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으며, 그 결과 정관개정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1분과의 분과장인 나를 비롯하여 4개 유관단체에서 합류한 위원을 포함하여 총 12명의 위원 들과 문체부, 태권도진흥재단의 직원들이 함께 3개월 동안 수차례의 토론과 논의를 거쳐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태권도인들이 국기원의 의사 결정과 행사에 참여하여 민의가 반영 될 수 있도록 국기원 정관 개정(안)의 골격을 다듬었다. 그리고 공공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고 보다, 태권도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전 세계 태권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간 의견수렴의 기회도 마련하였다.

  TF진행 중에 분과장인 나를 비롯하여 다른 위원들에게까지 온 태권도인들의 수십 통에 이르는 전화와 메일에 답하고,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과 논의를 거쳐 내용을 취합한 후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여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문체부에 제출하였다.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기 전까지 고심하고 고민하며 잠 못 이루던 밤들을 생각하면 시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주 국기원에서 송부된 제도개선 TF 1분과에서 제시한 정관(안)에 관한 검토 회신은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과 개혁의 의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함 그 자체였다.

  제도개선 TF 안에서 제시되어있는 공공성과 대표성 그리고 다의적 민의에 의해 구성된 원장 선출과 이사선출 그리고 경과조치에 관한 세부 개정안들이 거의 무시되거나 거부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현재의 정관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수준에서만 받아들이겠다는 답변이었다. 특히, 여성할당비율과 청년할당비율의 삭제, 새로운 이사회 선출 후 현 이사회는 사임한다고 한 부칙의 경과조치를 현 이사회의 임기를 존중한다. 라고 수정한 부분은 현 원장을 비롯한 이사회가 태권도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국기원을 개역하고자 하는 의지는커녕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통감하게 하였다.

  이런 답변은 지난 8월부터 고생해온 TF의 위원들 뿐 만 아니라 전화와 메일로 의견을 제시하고 TF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전 세계 태권도인들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더욱이  국기원의자체적으로 구성한 발전위원회에서 만들어진 (안)을 검증과정도 없이 그대로 국기원 정관개정(안)으로 둔갑하고, 마치, TF 1분과에서 제시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1분과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받아들이려는 국기원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국기원 발전위원회의 개정(안)을 적용하고 싶다면, TF의 개정(안)과 같이 공청 회를 열어 태권도 인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해야 할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있다.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이르는 말로 마땅히 지켜야 할 분수가 있다는 말이다. 국기원의 부정과 일탈로 인해서 온 세상을 떠 들썩하게 만든 그 과오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마땅히 있어야 한다.

  국기원은 지금 구속 수사 중이며, 결과 여부를 떠나서 국기원 위상과 명예는 실추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남아있는 현 이사들은 지금의 사태를 특정인만의 특별한 부정과 일탈로 면피할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부덕의 소치임을 통감하고, 무엇이 태권도와 국기원을 위한 것 인지 잘 생각하고 고민하여,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태권도인으로서, 그리고 태권도인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