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표준교육과정 개발에 무위무심[無爲無心]한 국기원!
태권도 표준교육과정 개발에 무위무심[無爲無心]한 국기원!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8.12.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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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천택 국기원 전 연구소장인천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오하이오주립대학교 체육교육과 박사
손천택
국기원 전 연구소장
인천대학교
사범대학체육교육과교수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철학박사 (스포츠교육학)
한국스포츠교육학회장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 종목으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스포츠로 성장하며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그러나 태권도는 스포츠로서의 위상 못지않게 교육 활동으로서의 역할 또한 인성 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커지면서 더 한층 증대되고 있다. 이처럼 태권도 도장의 사회 교육적 역할은 증대되고 있으나 태권도 교육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에서 교육하는 사범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그렇다고 합의된 교육 내용 없이 태권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사범들이 각기 다른 교육 목표와 내용으로 수련생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태권도 교육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의도가 자칫 방향성을 상실한 사범 편의의 부실한 교육으로 이어질까 우려가 된다.


       잘 교육된 사범이 태권도 지도 목표를 바르게 설정하고, 그에 따른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효율적으로 가르침으로써 큰 교육적 성과를 거두는 도장이 있는가 하면, 일부 도장은 유소년의 놀이공간이나 학교체육의 선행학습장이 되고 있다. 태권도 도장이 상업성을 띠고 유소년의 놀이공간으로 변모되는 모습을 보며 도장의 미래를 걱정하는 태권도 인이 적지 않다. 이처럼 태권도 교육이 본질에서 벗어나 수련생이나 학부모의 조급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방향으로 변모되는 모습을 보고, 태권도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국기원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최근 더욱 높아지고 있다.


      태권도 교육이 표준 교육과정 없이 개인마다, 지역마다 자의적으로 결정하여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그것이 태권도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되는 바이다. 태권도 도장이 지역사회 교육기관으로 바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련생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합의된 교육 내용이 있어야 한다. 즉, 태권도 교육 내용에 대한 각 사범의 자율적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각 단급별로 꼭 가르쳐야할 ‘일반적’ 또는 ‘평균적’ 내용을 명시하는 표준교육과정이 개발, 보급되어야 한다.


      보통 표준교육과정이라고 하면 국가에서 국민에게 제공해야할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교육 대상의 성장, 발달을 위해 제공하는 경험의 총체를 말한다. 태권도 도장이 지역사회 교육장으로서 목표 지향적 교육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한 표준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있어야 각 사범이 자신의 태권도 교육을 반성적으로 평가하며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교육이 교육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수련생이 어디에서 태권도 교육을 받든지 각 단급이 요구하는 필수 내용을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 태권도 교육이 보편성을 갖기 위해서는 도장마다, 사범마다 가르치는 내용이 크게 달라서는 안 된다. 태권도 사범의 수련 경험이나 훈련 과정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이 약간씩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태권도 교육의 필수 내용마저 도장마다 가르치는 사범마다 달라서는 안 된다. 도장에 따라 사범에 따라 태권도 교육의 내용이나 질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태권도 교육을 받는 수련생으로서는 어느 도장의 어느 사범에게서 태권도 교육을 받든지 핵심 내용을 수련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표준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의도하는 인간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듯이 국기원 또한 기르고자 하는 태권도 인을 정립하고, 그에 따른 표준 교육과정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태권도 교육의 본산으로서 역할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국기원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근본 원인은 대개 국기원의 본질 사업인 태권도 기술의 체계화와 표준 교육과정의 개발에 무관심한 채 소모성 행사에 예산과 에너지를 쏟고 있기 때문이다. 국기원은 예비 태권도 사범교육과 유단자 관리에 치중한 나머지 일선 도장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표준 교육과정을 개발, 보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비판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무위무심 [無爲無心]하고 있다.

    국기원이 태권도 4단 이상을 대상으로 사범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태권도의 기본동작과 품새 교육에 치중하고 있으며 겨루기와 호신술은 일반화된 지식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격파 교육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예비사범 교육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표준교육과정마저 개발, 보급되지 않고 있어 일선 사범들로서는 자신의 태권도 철학과 수련경험을 바탕으로 교육내용을 구성하여 가르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부 사범이 자기 도장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스스로 개발하여 운영하거나 지역별로 협의체를 구성하여 합의된 교육과정을 개발, 각 도장의 사정에 맞게 조정하여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는 실행 태권도 교육과정은 장기간의 철저한 연구를 통해 개발된 교육과정과 달리 자신의 철학이나 가치정향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는 태권도 교육과정이 일반화되거나 보편성을 갖기 위해서는 국기원과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이 개발한 교육과정과 일치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지역적 특성이나 각 도장의 사정에 맞게 개발한 맞춤형 교육과정이 국기원이 의도하는 태권도 교육에 부합하는지 반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표준교육과정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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