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기 칼럼]
노년을 위협하는 고관절,
태권도 수련으로 극복해야...
노년을 위협하는 고관절,
태권도 수련으로 극복해야...
필자와 아주 가까운 지인의 누님(73세)이 길에서 넘어져 고관절(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 골절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하여 다녀왔다.
흔히들 ‘죽음에 이르는 길목’이라 불리는 고관절 골절. 고관절은 우리 몸의 상체와 하체를 연결해 주고, 무릎관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관절이며, 견관절에 이어 두 번째로 운동범위가 큰 관절이다.
이렇듯 중요한 관절임에도 불구하고 고관절 손상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고관절은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몸을 지탱해 왔지만 고관절도 나이가 들면 노화가 돼 적신호가 켜진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치명적이다. 노인에게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남은 생애를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 하는 불행한 삶의 시작이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의하면 고관절 골절 환자 5명 중 1명은 골절이 원인이 되어 사망한다고 한다.
생리 해부학적으로 우리 몸의 뼈는 두 가지 세포로 돼 있다. 하나는 새로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다. 이들 사이의 줄다리기로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몸의 뼈는 쉴 새 없이 성장하다가 40세를 전후해서 서서히 늙기 시작한다. 뼈가 가장 단단해지는 시기는 30 중반. 그러나 30 중반을 넘어서면 파골세포와 조골세포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10년마다 평균 5~10%의 뼈가 소실되기 시작한다. 보통 파골세포의 작용 속도가 조골세포에 비해 빠른 편이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뼈 보다 파괴되는 묵은 뼈가 많아진다.
뼈의 흡수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생성 속도가 너무 느려 뼈의 생산량이 흡수량을 따라가지 못 하면 골다공증이 생기고, 퇴행성 고관절염도 겪게 된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연골의 마모나 손상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뼈가 약해지면 가벼운 충격에도 고관절 골절이 발생한다.
골절이 일어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넘어지는 낙상이다. 보통 넘어질 때는 대부분 손으로 바닥을 짚는다. 그래서 손목 부러지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그런데 노인들은 활동성이 떨어진 상태라 몸이 유연하지 못하고 뻣뻣한 경우가 많아 말 그대로 손 쓸 겨를도 없이 넘어지다 보니 고관절 골절상을 입기 십상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골밀도가 높고 뼈의 크기도 더 크다. 연령에 따른 뼈의 손실도 남성이 여성보다 적다. 여성들의 뼈 손실이 폐경기 이후 4∼8년간 급격히 진행되는 것과 달리 남성은 나이에 비례해 뼈 손실이 서서히 진행된다.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칼슘이 뼈 속으로 들어가도록 돕는 에스트로겐 호르몬 치수가 급격히 떨어져 골밀도가 4∼8%까지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남성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감소가 완만해 그에 비례해 골밀도 감소도 느리다.
하지만 남자들은 고관절 질환에 한번 걸리면 치명적이다. 통계적으로 고관절 골절에 의한 남자 사망률이 여자보다 2~3배 높다. 회복력이 더딘 노인은 합병증까지 유발해 골절 후 1년 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고관절에 대한 인식이 낮고, 통증 발생 부위가 애매해 허리 디스크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만일 이를 방치해 증상이 계속 진행되면 관절이 뻣뻣해져 나중에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게 된다. 또 수술을 하든지 안 하든지 고관절이 부러지면 남은 생애를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 한다.
고관절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 치유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미리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남녀 질환의 원인은 달라도 고관절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예방법은 비슷하다. 고관절뿐 아니라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여러 방법들이 있겠으나 필자는 노년들의 골밀도 강화를 위해서 태권도 수련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고관절의 골밀도 강화를 위해서는 몸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고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의 태권도 수련으로는 위험성이 따른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특성에 맞게 현재의 태권도 수련을 가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바로 기(氣)를 운기(運氣)할 수 있는 태권도 동작들로 수련을 시켜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기공태권도(氣功跆拳道)를 수련하면 심장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뼈도 튼튼해진다.
필자의 도장에서 수련한 실버 태권도 수련생(20명-남자 3명, 여자 17명)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데이터를 보면 기공태권도를 수련하기 전(하얀띠)의 골밀도 수치(BMD)가 평균 3.0 이상에서 1년 6개월 수련 후 국기원 1단 승단심사 후 수련생 전원의 골밀도 수치가 2.5 이하로 떨어지는 놀라운 효과를 가져 왔다.
물론 음식 섭취(地氣)로도 골밀도를 예방해야 한다. 칼슘과 비타민D 성분의 음식은 고관절을 돕는다. 특히 골밀도가 증가하고 유지되는 시기인 35세 이전까지는 남성의 경우 1000㎎의 칼슘을 섭취하는 게 좋다. 생선이나 녹색 채소에는 칼슘과 비타민D가 많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보다는 옛 어른들이 먹는 음식이 뼈의 밀도를 높이는데는 좋다는 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정미로운 음식으로 몸을 가꾸라는 구절이 나온다. 정미로운 음식이란 하얀 쌀밥이 아니라 거칠고 깔깔한 잡곡밥이나 야채 같은 음식들을 말하고 있다.
골밀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에는 태권도의 역근(易筋)법을 활용한 보법(步法) 등으로 우리 몸의 근육을 단련시켜 최대한 골밀도를 높여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아 근육이 약해지고 양이 줄어들면, 근육으로 둘러싸인 뼈에 전달되는 자극도 자연히 적어진다.
모든 질환에서 예방이 중요하듯, 고관절 질환도 다르지 않다. 태권도를 통해 골밀도를 강화하고 몸의 조정력을 높여 놓으면 낙상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년이 되어도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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