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든 다산(茶山) 슈틸리케,
얼마 전 필자는 ‘틀을 깨라 그것이 답이다’라는 칼럼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방식에 대해 논한 적이 있었다.
그 글에서 한국 축구가 이번 아시안컵에서의 성적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었다.
그리고 시작된 아시안컵 대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오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서 호주와 연장 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이로써 지난 1988년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던 한국은 55년 만의 정상 탈환을 한 계단 남겨두고 다시 한 번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6월 말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탈락한 월드컵 대표팀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서는 전무후무한 소동이 일어났다. 일부 팬들이 선수단을 향해 엿을 던지며,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었었다.
그리고 감독이 바뀌었다. 울리 슈틸리케라는 독일인 지도자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은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났다. 뭔가를 바꾸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꾸준하게 리그 경기가 진행되는 프로의 클럽 팀이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기간이다. 하물며 드문드문 모여 경기를 갖는 대표팀이다. 게다가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이후 새로운 출발을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시행착오는 불가피해 보이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으며 “모든 것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이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챌린지(2부리그), FA컵, U리그(대학리그), 실업 등 각종리그를 직접 관전하며 선수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리고 직접 관찰한 선수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대표팀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요즘 축구에 관해 회자되는 말들 중에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조선 최고의 천재실학자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에 비유하여 다산 슈틸리케라 부르고 있다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입견을 버리고 선수들을 판단하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간절하고 목마른 선수들”이라면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 평범한 약속이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다.
다만 아시안컵 ‘시드니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호주와의 결승전 연장전반 막판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55년을 기다려온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도전도 다음 대회로 미루게 됐다.
그러나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을 향한 박수였다. 지난 한 달간 기쁨을 선사해준 대표팀을 향한 고마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때 ‘죽었다’던 한국축구 역시 다시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끝이 아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넘어야 할 관문은 너무도 많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간절함과 투지라면 더 이상 걱정은 없을 듯하다. 슈틸리케호의 뱃머리 목표는 러시아 월드컵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호의 강점은 아픔을 그저 아픔으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이근호 선수의 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선수들끼리 왜 잘 안됐는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도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라고 했다.
초반에 안 좋았던 분위기를 그저 지켜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한 게 주효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은 아시안컵을 치르는 동안에도 잘못된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소통을 통해 성장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감독님은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긴다.”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소통 능력을 말해주고 있다. 박주호 또한 “감독님이 선수들과의 소통에 능하다”라며 “안 좋은 모습이 나오면, 그 주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권위를 세우기보다 더 많은 의견을 듣고자 했던 것이다.
한 외신기자는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고 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개최국인 호주가 가장 강하지만, 한국은 경기를 치를수록 더 강해졌다. 이런 팀이 정말 강팀”이라고 했다. 그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완벽한 팀은 없다. 완벽으로 가기 위해 성장하는 팀이 있을 뿐이다.
태권도에는 왜 이런 지도자가 나오지 않을까?
지금의 태권도계는 태권도라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가 간절히 필요하다. ‘왜 태권도가 위기인가?’ 라는 문제를 제대로 보고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찾고자 하는 선장이 필요하다. 개인의 영달이 아닌 태권도라는 전체를 보고 태권도의 미래를 위한 방식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도자 말이다.
지금의 태권도계는 태권도라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가 간절히 필요하다. ‘왜 태권도가 위기인가?’ 라는 문제를 제대로 보고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찾고자 하는 선장이 필요하다. 개인의 영달이 아닌 태권도라는 전체를 보고 태권도의 미래를 위한 방식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도자 말이다.
변화는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전체가 하나 되어 태권도의 미래를 위한 소통을 통해서 만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태권도 일선 사범들부터 변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일선도장 사범들의 의식이 깨어나야 한다. 일선 사범들의 잠자는 권리 속에서 수많은 부조리는 탄생되고 있다. 소통 아닌 불통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는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한때 ‘죽었다’던 한국축구도 위, 아래의 변화 속에 다시 뛰기 시작하였다. 태권도 역시 아래로는 일선 도장 사범들의 변화와 위로는 태권도 기관 수장들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우리 모두 슈틸리케와 같은 지도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바라는 태권도, 미래에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태권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태권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태권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