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 독점인가-반독점인가?_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기자
전자호구, 독점인가-반독점인가?_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기자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5.02.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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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호구, 독점인가-반독점인가?
 “슈퍼 을” 등장 우려

※이 기사는 인사이드태권도와 기사공유 협약에 의해 게재하였습니다.
 
 

 
올림픽 태권도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등장한 전자호구가 이제는 태권도 경기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이제는 국제 대회는 물론이고, 주요 국내 대회에서도 전자호구가 사용되지 않는 태권도 경기는 상상할 수가 없다.
 
전자호구는 오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사용될 예정이다. 여기서는 몸통 뿐만 아니라 머리 득점에서도 전자호구가 사용될 예정이다.
완전한 전자호구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에 암초가 등장했다. 바로 전자호구 독점화의 문제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의 공인을 받은 전자호구는 두 개사의 제품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대도(대표 박천욱)와 KP&P(대표 이인수)다.
 
스페인에 기반한 대도는 유럽의 절대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점점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시켜가고 있다. WTF 산하 지역연맹인 유럽에 이어 아프리카, 팬암연맹에까지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전자호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KP&P는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 KTA)의 지지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의 거의 대부분은 KP&P를 사용한다. KP&P가 KTA의 지지를 얻는 것은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KTA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KTA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태권도인들은 전자호구가 태권도의 고유한, 화려한 기술들을 사장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터치 방식으로 표현되는 대도 전자호구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상대적으로 KP&P 전자호구는 강도를 표현한다고 믿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우올림픽에 사용될 전자호구로 대도가 결정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WTF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올림픽 스코어링 시스템을 관장하는 스위스타이밍에서 대도를 파트너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WTF가 대도 전자호구가 올림픽 전자호구로 결정됐다는 발표를 미루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올림픽 전자호구가 발표되었을 경우, 다른 경쟁 전자호구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런던올림픽 전자호구로 대도가 결정된 후, 경쟁사였던 라저스트 전자호구는 사라졌다.
 
만약 전자호구가 한 회사에 의해 독점으로 운영된다면, 몇 가지 우려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는 전자호구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경쟁업체가 없는 경우 가격이 독점 회사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가격이 현재보다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국제 대회의 경우에도 현재에는 전자호구 회사에서 자사의 전자호구의 채택을 원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거나 무상으로 제공되는 경우도 있으나, 독점화가 진행될 경우 상황은 바뀔 수 밖에 없다.
 
둘째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현재는 두 회사가 자사의 기술력의 우위를 내세우기 위해 꾸준히 기술 개발에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도 여전히 전자호구에 대한 만족도는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어야 하는데, 독점이 될 경우, 이러한 기술 개발이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셋째는 슈퍼 을의 등장이다. 현재는 WTF를 대표로 하는 태권도 단체들이 기술 개발에 대한 요구, 합리적인 가격, 원활한 대회 운영에 대한 요구를 회사들에게 할 수 있지만, 독점이 될 경우에는 이러한 요구를 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말 그대로 강력한 ‘슈퍼 을’의 등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회 자체가 전자호구 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WTF에서는 올림픽 전자호구로 대도가 결정된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의 전자호구로는 KP&P로 하도록 해서, 한 회사에 의한 독점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독점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WTF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도 측에서는 자사의 전자호구가 올림픽에 추천되었다는 것을 WTF가 각 국가협회에 정식으로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을 불만으로 삼아 자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등을 통해서 “WTF가 빨리 올림픽 전자호구를 발표해야 한다”, “세계선수권대회 전자호구는 올림픽 전자호구와 같아야 한다”는 등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대도 전자호구 헤드기어는 지난 해 12월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열렸던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심각한 오작동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WTF가 이에 대한 명확한 원인 분석을 하였는지, 향후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발표된 바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자호구 회사가 하나만 남게 된다면, WTF는 이러한 문제가 또 다시 발생했을 때, 아무런 대안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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