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 오류 사태의 책임, 누구에게 있나?
전자호구 오류 사태의 책임, 누구에게 있나?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4.12.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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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호구 오류 사태의 책임, 누구에게 있나?

WTF는 업체에 기술 개발 전가, 업체는 기술 개발은 뒷전

▲WTF 조정원 총재가 전자호구 오류가 발생한 후 대회장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이달 초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태권도대회에서 전자호구가 큰 문제를 일으켜 경기가 중단되는 등의 사고를 일으켰다.

문제가 된 대회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지난해 말부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태권도그랑프리시리즈 중 하이라이트인 파이널대회였다. 

대회가 열린 곳은 전 세계에서 태권도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로 손꼽히는 멕시코였고, 대회는 생중계됐다. 문제가 된 장면은 고스란히 방송으로 내보내졌다. 현지에서도 이번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과 함께 뉴스가 나갔다. 세계태권도연맹이 가장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1차적인 책임은 부실한 전자호구를 내놓은 업체에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도 전자호구는 2012런던올림픽에서는 큰 문제없이 대회를 잘 치러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로 차지도 않았는데 점수가 올라가고, 심지어는 무더기로 30점이 올라갔으며, 몸통 전자호구에서 조차 오류가 생겨서 경기가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총체적인 문제를 노출했다. 현장에 있었던 WTF 관계자 역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이미 수 차례의 대회들에서 대도 전자호구 헤드기어는 점수가 제대로 표출되지 않는 문제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큰 문제들까지 보였다는 것은 기술 개발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WTF가 태권도의 올림픽 영구 종목을 위해 내놓은 두 개의 비장의 무기가 바로 전자호구와 즉석비디오판독 시스템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 두 가지는 모두 호평을 받았고,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서의 지위는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WTF는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몸통 득점 뿐만 아니라 머리 득점에도 전자호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목표로, 올해 초부터 일부 국제대회에서 전자호구 헤드기어를 사용해 왔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WTF는 올해 초 그랑프리 대회와 일부 대회를 함께 묶어서 전자호구 회사를 대상으로 후원 입찰을 붙였다. 더 많은 현금과 물품을 후원하겠다는 회사에게 전자호구를 사용할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입찰 대상이 된 전자호구 회사는 대도와 KP&P 2개의 회사다. 이 중 더 많은 금액을 써낸 대도가 선정됐고, 대도는 올해 열렸던 3개의 그랑프리대회와 주니어선수권, 유스올림픽 등의 대회에서 자사의 전자호구를 사용할 권한을 얻었다. 당시 대도가 써낸 금액은 50만불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TF에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회당 10만불 이상의 후원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업체 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더 많은 후원금을 써낸 대도에서는 올해 열렸던 대회 중 전자호구 헤드기어가 사용되는 대부분의 대회에서 사용됐다.

KP&P는 아무런 그랑프리 대회에서 사용되지 못할 뻔 하다가, 그래도 복수의 전자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KP&P 전자호구도 대회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WTF 내부 의견에 따라 카자흐스탄에서 열렸던 그랑프리대회에서 사용될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전자호구 회사들은 몸통 전자호구 기술 개발에 이어 전자호구 헤드기어의 기술 개발에 더더욱 집중을 해온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기술 개발에 따른 투자 비용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업체의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을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대회에서 사용될 권한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WTF에서 제시한 후원 입찰에서 더 많은 비용을 써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대도 전자호구사는 올해에만 최소 70만불 이상을 후원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개발에 쓰여져야 할 금액이 스폰서십에 쓰여졌고, 결국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후순위로 밀린채 부실한 전자호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전자호구는 다른 태권도 용품과 달리, 도입 전과 도입 후의 경기 자체를 바꾸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장비다. 태권도 대회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WTF가 전자호구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기는 커녕, 업체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후원금을 받아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호구 기술 개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결국 이러한 WTF의 근시안적인 시각이 이번 전자호구 오류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공인 비용까지 합치면, 전자호구 업체들은 연간 100만불 정도는 기술 개발과 전혀 관계없는 후원에 투자를 할 각오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WTF가 기대하는 전자호구의 기술이 개발되고 발전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WTF는 후원금을 더 많이 내는 업체가 아니라, 기술이 더 뛰어난 업체의 전자호구가 올림픽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

**이 기사는 인사이드태권도와 기사공유 협약에 의해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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