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기역사칼럼] 『동의보감(東醫寶鑑)』몸 수행을 통한 신성(神性)회복
[윤태기역사칼럼] 『동의보감(東醫寶鑑)』몸 수행을 통한 신성(神性)회복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4.05.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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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東醫寶鑑)』
몸 수행을 통한 신성(神性)회복
 『동의보감(東醫寶鑑)』 양생(養生)의 ‘신(神)’
 
 
 
지난 호에 이어서 이번 호에는『동의보감』몸 수행 중 신(神)의 수행에 대해 쓰고자 한다.  옛 서적이나 자료들을 보면 사람 몸의 움직임 몇 동작을 몇 개의 문구나 그림 자료를 통하여 그 움직임의 전모를 파악하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동작 동작마다 들어 있는 핵심의 내공 수련법은 다 사라지고 외형적인 모습만 남아 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각종 무술의 현주소이다.
 
옛 문헌에 보면 제자를 키우는데 나무하는데 3년, 빨래하는데 3년, 밥하는데 3년을 해야 제자로 받아들여 무술의 정도를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이는 9년 이라는 시간을 통해 자기 내면의 심성과 자기를 내려놓는 내공 수련법을 가르치기 위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모습이 진정한 무도(武道)의 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내면의 부딪침과 피해의식 그리고 남과의 비교를 통해 비교우위를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만이 작동하게 되어있다. 자기를 내려놓는 수련, 그것이 바로『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신(神)의 수행이 아닐까 한다.

필자 또한 한 평생을 태권도와 함께하며 살다가 몸에 대한 깊은 사색을 통해 잃어버린 내공 수련의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필자가 우리 무술의 본류를 찾게 된 계기이다. 조선 무예를 넘어 고려 무예, 아니 그 전 삼국시대 무예 이전, 동이족의 무예를 보며 거기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교 무예의 몸 수행, 도교 무예의 몸 수행 너머에는 바로 우리 무예가 자리 잡고 있다.
 
외래 문화 즉 불교와 도교가 들어오기 이전의 우리 것, 그것이 바로 선도 무예이다. 이 선도 무예의 핵심은 기(氣) 수련법이다. 필자의 관심은 외공위주 형태의 모습만을 갖고 있는 현재의 태권도에다 내공이 들어 있는 균형 있는 태권도로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 전통의 맥을 잇는 태권도로 다시한번 세계 속에 태권도 문화를 꽃피우자는 것이다. 기(氣)가 흐르는 태권도 수련법으로 모두가 건강하고 활기찬 몸을 찾을 수 있는 태권도 수련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태권도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태권도의 개념 정리부터 확대 되어야 한다.
 
즉 몸의 움직임 모두를 태권도의 범주로 확대 해석하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태권도(跆拳道)란 발(足)과 주먹(拳), 다리와 팔의 움직임을 통해 바른 길(道)로 나가자는 것이다.
 
 
신(神)은 만물을 인출하는 천신(天神)을 가리키며, 천지득생(天地侍生), 만물화생(萬物化生), 변화창조(變化創造)의 주재이다. 神은 인체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반되는 일체의 정신적 활동을 포괄하는 단어이다. 『동의보감』에서는 神을 정신작용으로만 보지 않고, 신령(神靈)의 개념으로도 파악하였다. 인간의 오장육부(五臟六腑)에는 저마다 神이 있으며 각각의 이름을 지니고 있다. 오장육부뿐만이 아니라 신체의 여러 관절 모두에 神이 존재한다. 이들 神은 장의 氣가 끊어지면 밖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을 병으로 본다.
 
『동의보감』에서 心과 神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心은 군주지관으로서 신명이 여기에서 나온다.⋯⋯心은 일신의 주인이요, 청정한 장부로서 겉에는 포락(包絡)이 싸고 있는데, 그 중 정화(精華)가 모인 것을 神이라고 한다. 神은 음과 양에 모두 통하면서 섬세한 것까지 살피되 문란한 바가 없다. ⋯⋯神은 心의 통제를 받고 氣는 神의 통제를 받으며, 형체는 머리의 통제를 받는다. 형체와 氣가 교합하고 神이 그 가운데서 주재하는 것은 삼재의 도이다.  (心者君主之官 神明出焉 ⋯⋯心者 一身之主 淸淨之府 外有包絡以羅之 其中精華之聚萃者 名之曰神 通陰陽 察纖毫 無所紊亂⋯⋯神統於心 氣統於腎 形統於首 形氣交而神主乎其中 三才之道也.『東醫寶鑑』「神部」〈神爲一身之主〉)
 
心을 군주에 비유함으로써 마음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양생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神을 보양해주는 것이고, 그 다음에 形을 보양해 주는 것이라고 그 순서를 밝히고 있다. 神氣를 왕성하게 하는 방법으로 하늘은 사람에게 五氣를 공급해주고, 땅은 사람에게 五味를 공급해 준다.
 
心은 神을 저장하여 一身의 군주가 되어 七精을 통솔하고 온갖 일을 다 맡는다. 칠정이란 기뻐하는 것, 성내는 것, 근심하는 것, 생각하는 것, 슬퍼하는 것, 놀라는 것, 무서워하는 것 등이다. 魂‧神‧意‧魄‧志는 神이 다스리기 때문에 통틀어서 神이라고 한다. 오장의 정기가 한곳으로 몰릴 경우, 정기가 心으로 몰리면 지나치게 기뻐하고, 폐(肺)로 몰리면 지나치게 슬퍼하고, 간(肝)으로 몰리면 지나치게 근심하고, 비(脾)로 몰리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신(腎)으로 몰리면 지나치게 무서워하게 되어 건강을 잃는다고 하고 있다.
 
神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심(神心)을 기르는 것이고, 그 다음 形을 기르는 것이며, 血과 氣는 사람의 神이니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방법으로‘고요하게 하여 원기를 든든하게 하면 어떤 병도 생기지 않으므로 오래 살 수 있다. 만약 한 생각이 싹 텄다면 神은 밖으로 달아나고, 氣는 안에서 흩어지며, 血은 기를 따라다니므로 영위가 혼란해져 온갖 병이 마구 생기는데 모두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대게 기쁘게 마음을 기르면 질병이 생기지 않는데, 이것이 心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宜乎靜可以固元氣 則萬病不生 故能長久 若一念旣萌 神馳於外 氣散於內 血隨氣行 榮衛昏亂 百病相攻 皆因心而生也. 大槪怡養天君 疾病不作 此治心之法也. 『東醫寶鑑』「神部」〈心藏神〉)
 
神을 기르기 위해서는 명상수행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보양정기신(保養精氣神)에서 有는 無에서 생겨나고, 육체는 神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으며, 生은 精·氣·神이 하나인 상태이고, 죽으면 서로 흩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하였다. 명상수행에서 精‧氣‧神의 구체적인 구현은 精氣의 통로를 원활하게 하는 신체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가능하다. 단지 머리로만 행하는 인식으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람은 호흡을 통해 氣를 안으로 끌어들여 이것을 몸에서 순환시킨다. 숨을 들이쉬면 폐와 심장으로 들어가고, 비장을 통해서 아래로 내려가서 간장이나 신장으로 들어간다. 숨을 내쉬면  신장으로부터 비장을 통해서 위로 올라가 심장과 폐로 돌아온다. 이와 같이 정해진 통로로 순환하는데 여기에 혼란이 오면 병이 생긴다. 이 정해진 순환의 이치를 어긋나게 하는 것이 마음이다.
 
명상수행은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과거, 현재, 미래의 생각들을 잊어야 한다. 그 다음 호흡을 시작하며 마음의 활동을 중지시키고 의식을 모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마음이 편안해 지며, 집착이 사라지고 명상을 통해 神을 기를 수 있다. 명상은 바로 끊어짐이다. 생각이 끊어지게 되면 본래의 의식에 머무를 수 있으므로 사물의 근본을 느끼게 된다. 명상을 통해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이완이 되면 뇌파는 알파파로 떨어지게 되어 개운한 기분이 든다. 이 상태에서 자율신경 중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 되어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인체의 면역력도 올라가게 된다. 명상 수행이 생활화되면 따로 떨어져 있던 몸과 마음이 하나로 통합되어 집중력이 강화되어 학생은 학교성적이, 직장인은 업무능률과 생산성이 향상된다. 
 
註 : 이 글은 지난 3월 29일 이화여대 2014년 한국체육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東醫寶鑑』養生法의 몸 수행’ 으로 동·서양의 만남과 관련하여 필자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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