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기 역사칼럼 - 제59호] ‘태권도의 혼(魂)’
[윤태기 역사칼럼 - 제59호] ‘태권도의 혼(魂)’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3.03.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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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지도자들은 태권도의 혼(魂)을 찾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가?


영화 ‘링컨’으로 생애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광적인 '메소드 연기(극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 연기)로 잘 알려져 있다.  “진실을 찾고자 하는 배우의 지나친 집착”(텔레그래프)이라고까지 표현될 정도다. ‘뼈 부러지고 폐렴 걸릴 때까지… 연기에 미쳤다’ 중에서 (조선일보, 2013.2.26)

자신의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곤 한다. 영화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55). 그가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링컨’으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출연 작품 수가 적기로 유명한 그는 ‘나의 왼발’(1989)과 ‘데어 윌 비 블러드’(2007)로 이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자이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에 대한 보도를 보면 그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는 이번에 ‘링컨’을 연기하기 위해 링컨에 대한 책 100권을 읽었고, 역사학자와 함께 링컨이 살던 집과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고 한다. 영화에 나온 머리와 수염도 분장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른 것이라 한다. 아일랜드계 영국인으로 미국 남부 억양의 링컨을 연기를 위해 평소에 연기할 때와 똑같은 목소리와 억양으로 대화를 했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항상 그래왔다. ‘나의 왼발’을 찍을 때는 뇌성마비에 걸린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밥도 다른 사람들이 떠먹여줘야 했다고 한다.
 
‘라스트 모히칸’을 감명 깊게 보고 그 영화의 OST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태권도를 수련하다 보면 그들의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라스트 모히칸’, 모히칸족을 연기할 때는 들판에 살면서 야생동물을 잡고 손질하는 법까지 배웠다 한다.


 또 ‘아버지의 이름으로’에서 폭탄 테러범으로 몰린 북아일랜드 청년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영화 촬영 전에 감옥에서 생활하며 13㎏을 감량하고 자진해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갱스 오브 뉴욕’ 촬영 때에는 폐렴에 걸리고도 얇은 촬영용 의상 하나만 입고 다니면서 치료받는 것을 거부했다. 그 이유가 영화의 배경인 19세기에는 두꺼운 옷이나 폐렴 치료약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열정이 ‘진실한 영화’를 만들었고 그에게 누구도 못한 세 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필자는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다. 어느 날 밤 사랑방에 마실 오신 어른 한분이 하시는 말씀이 “저 넘어 김서방네 집에서 혼불이 나가는 것을 보니 내일은 김서방 자당 초상을 치러야 하겠구먼” 그 말씀을 듣고 ‘아! 사람에게는 혼이라는 것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손가락으로 눈 위를 눌러 보면 환환 빛이 보이는 것을 보고 ‘아 그것이 나의 혼이구나’ 하며 서로의 혼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렇다면 ‘혼(魂)’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나와 있었다. ‘혼’이란 사람의 몸 안에서 몸과 정신을 다스린다는 비물질적인 것. / 옛날에는 나무나 돌에도 혼이 있다고 믿었다. / 예술 작품에는 작가의 혼이 깃들어 있다. / 또 몇몇 소설에서는 ‘혼(魂)’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그리 멀지도 않은 우리 선대들이 사진기를 들이대는 외국인 선교사들을 보고 혼을 도둑맞을까 봐 질겁을 했던 것과 똑같은 심정으로….≪윤흥길, 직선과 곡선≫ / 그나저나, 학생 서방님, 이제 콩밭에다 혼을 다 뺏기게 생겼으니….≪최명희, 혼불≫ 등.

흔히 ‘혼(魂)’이라 하면 ‘살아있는 의지 나 정신’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혼’은 위에서와 같이 개인의 ‘혼’이 있는가 하면 ‘국가의 혼’이 있고 ‘민족의 혼’이 있다. 그것만이 아닌 우리에게는 ‘태권도의 혼’이 있다. 우리 태권도 지도자들은 우리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태권도의 혼’을 알고나 있으며 찾고자 생각이나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혼(魂)’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우리에게 서양 학문이 들어온 지 100여년 만에 서양 실증주의에 젖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사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이는 데카르트 이후 이원론이 철저한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태권도도 예외 아니다. 태권도의 가치보다는 태권도를 통해 어떠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만을 끊임없이 찾기만 한 나머지 지금과 같은 아이들 위주의 스포츠 클럽형 태권도장이, 그리고 엘리트 태권도 위주의 그들만의 경기 태권도를 양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필자는 생애 세 번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보며 그의 열정이 지금 우리 태권도가 시급히 갖추어야 할 필연적 요소라 생각한다.

 ‘혼(魂)’이란 개인인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의 혼’. 태권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혼(魂)’을 살리지 않고는 태권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전통 수련법인 선도 수련에는 모든 것의 중심에 ‘혼(魂)’을 두고 있다.

그 ‘혼(魂)’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이한 것이 ‘공전과 자전’의 원리, ‘구심력과 원심력’의 원리, ‘공평과 평등’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혼(魂)’의 속성에 대한 이러한 풀이법은 한국선도를 현대화한 ‘현대 단학’에서 어려운 선도의 깨달음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해석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먼저 ‘공전과 자전’의 원리를 보면, - ‘공전과 자전’의 원리는 태양과 지구와의 관계이다. 중심을 기준으로 한 궤도 운동인 공전과 개인의 성장이라는 자전이 조화롭게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조화가 이루어지려면 자전을 하는 개인이나 사회 혹은 국가는 공전이라는 큰 질서를 잃지 않아야 한다. 지구는 자전을 하며 태양주위를 돈다. 지구의 자전도 태양계의 운행이 원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태양계의 질서가 깨진다면 지구의 자전도 성립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개인이나 단체, 국가는 그들이 속한 사회전체를 이롭게 하지 않는 개인의 성장은 한계를 갖게 마련이다.-

‘공전과 자전’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예로 들자면 부모는 태양, 자식은 지구가 되며, 국가와 군인의 관계를 예로 들자면 국가가 태양이고 군인은 지구가 된다.

태권도에서는 태권도 지도자는 태양, 수련생은 지구가 되는 것이다. 이 둘이 서로의 역할 속에 그 본질의 가치를 추구해야 태권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의 태권도 지도자들은 그 같은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가? 이다.

 ‘태권도의 혼’은 태권도인들이 살려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다. 살아있는 ‘태권도의 혼’을 살린다면 태권도의 앞날은 밝고 그 안에서 경영 또한 살아나게 되어 있다. 지금과 같은 경제 원리만이 우선 한다면 태권도의 ‘혼’이나 ‘본질’은 왜곡되고 태권도의 미래는 점점 더 힘든 상황을 직면 할 것이다. 바로 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같은 열정이 살아나야 한다.

그와 같은 열정으로 태권도 지도자 하나하나가 살아날 때 태권도의 미래는 살아날 것이다. 그것은 바로우리 옛 선도 수련법에 나타 난 ‘공전과 자전’ 원리 속에 들어 있다.

‘혼(魂)’은 ‘기(氣)’를 통해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기(氣)’를 안다고 해서 ‘혼(魂)’을 정확하게 체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氣)’의 근원에 ‘혼(魂)’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하므로 ‘혼’이 ‘기’를 조정하게 된다. 이것이 한국선도 수련의 상단전·중단전·하단전론이다.

태권도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서만이 건강도, 또 그 안에 내재된 철학 속에 수련이 전제되어 체험을 통한 원리를 터득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지금과 같은 혼란상은 사라지고 진정한 태권도 지도자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태권도의 다양한 수련층(남·녀·노·소)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진정한 국기 태권도로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도자 모두는 ‘공전과 자전’의 원리 속에 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같은 열정으로 다시 한번 ‘태권도의 혼’을 살리는 주인공으로 거듭 태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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