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서울시 강서구태권도협회 심사장을 찾아서…
[현장스케치] 서울시 강서구태권도협회 심사장을 찾아서…
  • 이주영기자
  • 승인 2014.09.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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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서울시 강서구태권도협회 심사장을 찾아서… ‘활기찬 몸 실버태권도단’의 아름다운 도전
▲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태권도가 가져온 변화는…

▲ 운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 심사 이후, 유단자로서의 나는?

▲ 마지막으로, 태권도란?

강서구협회의 국기원 심사가 있었던 지난 23일 토요일, 강서구 올림픽체육센터에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손주들을 구경하러온 줄 알았던 할머니들께서 흰 도복 위에 빨간 띠를 매고 심사장에 들어선 것.
 
한두 분이 아니라 15명의 힐링기공태권도를 수련하시는 ‘활기찬 몸 실버태권도단’(이하 ‘실버태권도단’) 어르신들이 단체로 승단심사를 보러 오신 것이다. 심사를 보러온 심사자들도, 응원하러 온 가족들도 그 낯선 모습에 사진부터 찍기 시작했다. 
 
 
 
경찰청무도연구지도관 윤태기 박사의 재능기부로 시작됐던 실버태권도단은 2013년 1월 1일부터 시작해 수련기간만 벌써 1년 8개월이다.
 
유아체육 위주로 발달한 대한민국 태권도의 현주소와는 상반된 실버태권도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어르신들이 과연 발차기와 태권도 기술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가능하긴 할까 하는 우려가 기대보다 앞섰었다. 
 
 
 
대기실에서도 넉살좋게 파이팅을 외치던 어르신들은 신원대조를 위해 주민번호 앞자리를 묻는 순간이 오자 생년월일도 생각이 안 난다며 당황하는 모습으로, 막상 심사를 보려하니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걱정과는 다르게 준비 자세부터 기본 공격·방어 동작들, 태극 1장, 태극 8장을 실수 없이 마치고 겨루기까지 수준급 실력을 선보인 실버태권도단은 그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과 엄숙한 자세로 심사에 임해 큰 박수를 받으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심사를 무사히 마친 뒤, 이 팀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최옥주 수련생(65세)할머니와 인터뷰를 했다.

 
 
△ 강서 보건소에서 무료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네 할머니들하고 재미삼아 시작했다. 그냥 태권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공태권도라서 각자의 몸 상태에 맞게 장운동과 단전호흡, 스트레칭과 더불어 태권도 동작도 배웠기 때문에 정식으로 태권도장에서 실버태권도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자연스레 모두 함께 시작하게 되었고, 벌써 1년 8개월째다.
 
△ 일주일에 세 번을 모여 운동하는데, 평균나이 65세 이상이라 많은 할머니들이 무릎과 허리가 아픈 상태였다.
하지만, 각자에게 맞는 운동법으로 늙은이들끼리 서로 이해하며 즐겁게 운동하는 시간들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건강도 많이 회복이 되었다. 특히 태권도를 배우는 손주들과 태권도를 매개로 대화를 하니, 함께 태권도 동작을 해보고, 실력 자랑도 하며 관계가 돈독해졌다.
 
△ 사실, 힘든 점은 없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도 이해는 하지만, 할머니들끼리 험하게 운동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누가 어디가 아픈지를 알기 때문에 허리가 아픈 사람들은 발차기를 높게 차지 않고, 태권도 동작을 자꾸 잊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천천히 다함께 운동하는 것에 재미가 들리고 나니 정작 운동시간은 한 시간 인데 오히려 한, 두 시간 일찍 와서 연습하고 몸을 푸는 할머니들도 많다.
 
△ 결과를 떠나서 뿌듯하다. 더 열심히 해 3단, 4단까지 따고 싶다. 처음에 1단 심사를 보자고 했을때는 실감을 못했지만, 이렇게 실력을 평가받고 심사를 마치고 나니, '나도 할 수 있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를 내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에 이제는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내 몸과 마음을 위해 더 열심히 수련하여 치매도 예방하고 건강도 유지하도록 운동을 계속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할머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직접 보여주고 싶다.
 
△ 내 삶의 활력소, 기쁨, 자랑이다.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을 찾고,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이들이 아닌, 실버세대로 불리는 어르신들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태권도의 문제 중 하나인 성인 수련층 확보와 태권도 프로그램 개발의 한 대안을 보고 온 듯했다. 태권도 지도자들이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이제는 조금 더 넓게 보고 멀리 계획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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