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시범이 나아가야할 길
태권도 시범이 나아가야할 길
  • 태권도타임즈
  • 승인 2014.07.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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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태권도 시범이 나아가야할 길
 
 
 
태권도가 지금의 210개국 이상의 세계태권도연맹(WTF) 회원국과 8,500만 명의 수련인구를 가진 세계적인 무도스포츠로 성장하는데 태권도 시범의 역할은 지대하였으며 지금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시범(示範)의 사전적 정의는 ‘1.모범을 보임. 2.모범을 보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태권도 시범은 바로 태권도 동작에 관한 모범을 보이는 모든 활동이라 할 수 있으며, 태권도의 기본동작, 품새, 격파, 호신술 및 특수기술과 묘기, 고난도의 발차기 기술 등을 구성하여 짧은 시간 내에 보여줌으로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태권도가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흥미를 유발하여 배우고자 하는 의욕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태권도의 종합예술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범은 역동적인 아름다움의 표현방식을 내포한 생동감 있는 행위예술로서, 예술적 경지 또는 도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고 원시적인 감정을 직접적으로 가장 완전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여기에 무용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를 가미하여 종합적이고 완성미를 갖춘 태권도 정수에 형식적이고 율동적인 의미를 부여한 행동표현, 행동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도 시범의 주가 되는 격파는 태권도 수련자의 위력을 시험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였고, 해외에 태권도를 홍보할 때 태권도 기술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기 위한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초창기 태권도 시범의 구성은 위력격파 위주의 단순격파와 태권도의 정신력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맨몸으로 하는 단순한 시범이 실시되었다. 
 
그 후 1974년 국기원에 성인대표시범단이 창단되면서 시범단의 활동영역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확대 되었고, 이는 단순한 동작들의 시범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태권도를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체계와 시범 프로그램들의 개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현재의 태권도 시범프로그램의 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차적 시범이 실전성과 힘을 이용하여 위력적인 면을 강조하는 시범이었다면 2차적 시범은 기술의 향상과 다양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시범이라 할 수 있겠다.
 
1980년대 태권도에 음악을 접목시킨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 태권도의 전통성과 진지함, 동작의 무게감과 태권도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태권도계의 냉담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0년 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태권도의 일반화와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되었고, 1992년 태권도한마당에서 품새, 격파가 경연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음악, 의상 등의 변 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태권도 동작에 음악을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나타나 태권체조, 태권에어로빅 등과 같은 새로운 태권도수련 형태가 발전되기 시작하면서 초창기 태권도에 음악을 사용하는 것을 전통성의 위반이라 말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태권체조, 품새, 시범의 입·퇴장 등 여러 면에 음악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이는 태권도 시범이 보다 부드럽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단조로운 시범구성과 느린 진행, 너무나 신중한 시범자세와 새로운 기술의 고갈현상은 곧 관중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대와 사회적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빠르게 바뀌는 사회변화의 흐름과 새로운 볼거리 문화를 찾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시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데, 스토리에 따라 진행되는, 내용이 있는 시범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사회가 원하는 태권도 시범은 예술적 공연문화로서의 3차적 시범이다.
단순한 태권도 기술의 시범을 넘어 예술적인 면모를 갖춰 무대 공연의 한 장르로 부각되어지고 있는 지금의 태권도 시범은, 태권도의 총체적인 표현양식이자 전위예술이다. 태권도의 전통성, 현장성을 무기로 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작용할 수 있는 시범 프로그램, 시나리오와 음악, 기술이 효과적으로 접목되어 일반인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무술퍼포먼스의 성격이 확대된 시범이다.
 
2000년대 이전의 시범이 오직 맨몸으로 태권도의 동작들을 소개하는 시범이었다면, 이후의 시범은 음악, 시나리오, 의상, 배경, 소품, 도구 등을 이용하여 종합 예술적 형태로 발전한 시범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시대가 변화하고 발전함에 따른 자연스러운 태권도 시범의 변화와 발전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위의 내용들을 정리하면 초기의 태권도 시범은 관객들에게 위력적인 면과 묘기를 보여주는 것을 주요 관점으로 하였으나, 사회가 복잡해져 가고 새로운 요소를 추구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했다. 스토리가 가미되고, 태권도의 기술이 담당하지 못하는 표현의 한계를 보충하기 위한 도구로 음악, 음향, 조명, 의상, 소품 등 다른 외적요소들을 사용해 시범자와 관객들의 교감을 할 수 있는 예술적 공연문화로서의 시범 프로그램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태권도 시범이 가졌던 지나친 진지함이나 엄숙함에서 벗어나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변화라 할 수 있고, 과거의 전통과 정통의 억압적인 구속에서 벗어나 직관과 영감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한 표현방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인식 체계와 다른 통로에서 태권도 시범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태권도 시범의 형태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몸으로 구사할 수 있는 기술적 표현의 한계를 공연∙예술적 기능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테크닉들로 포장하여 관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극대화된 기술적 효과를 줌으로서 태권도의 ‘시범’적 역할에서 벗어나 공연·예술적 가치, 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태권도 시범에서 다양한 기술적 창의성은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시범의 구성적 창의성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으며, 태권도 시범이 하나의 문화적 형태로 발전하기 위해 시범의 장르적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문화적 퍼포먼스를 수용해 태권도 시범이 고유한 예술형식으로 새롭게 탄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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